영어 공부를 안 한지 15년이 넘다 보니, 시작하는데 많이 두렵더군요. 내가 공부하는 시간을 낼 수 있을는지, 오랫동안 공부를 안 해서 알파벳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별로 할 말도 없는데 50분 동안 선생님 얼굴만 멍하게 감상(?)하고 있다가 끝나는 것은 아닌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이제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yes와 no만 사용하는 기법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또 눈치영어(아는 분은 아시겠죠. 눈치 살살 봐가며 눈동자 위아래로 굴려가며 분위기 파악하며 하는 영어를.. 쩝..)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심에 큰마음 먹고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네요. 지금.
실력? 흠. 늘어난 듯합니다. 온톡 화상 영어가 좋은 점 중 하나가, 수업 화면을 녹화할 수 있다는 것인데, 초창기 녹화된 수업 화면을 보면 눈치 영어를 구사하느라 눈동자를 심하게 위아래로 그리고 양 옆으로 돌리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아직 말 하는 게 어렵고, 선생님의 질문과 말을 이해하지 못해, 동문서답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래도 선생님한테 고개 빳빳이 들고, 눈 똑바로 쳐다보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으니 장족의 발전이지요. 흐흐. 걱정했던 50분이라는 긴 시간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사라져서, 몇 마디 하다보면 50분이 금방 끝나더군요.
그래서 가끔, 좋은 선생님이 좋은 변화를 만들어 내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Pearl 선생님이 참 좋은 게, 끈기 있게 학생의 말을 들어 주고, 문법과 단어 선택이 엉망인 학생의 말 속에서 의미를 캐치해서 다시 정렬해 주고, 거기다가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 주시더군요. 가끔 내가 말을 해 놓고도 내 스스로 정리가 안 되는 상황이 생겨도, 어떻게 그걸 이해했는지 멋진 표현으로 바꿔 주더군요. 그래서 언젠가는 "선생님은 영어를 잘 하시네요." 라는 말도 안 되는 말(?)까지 했더랬죠. 아무래도 선생님 전공이 심리학이다 보니, 상대방을 배려해 주고, 주제를 끌고 가는 능력이 탁월한 듯합니다. 더군다나 유치한 내 농담에도 잘 웃어 주고,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칭찬과 농담을 아끼지 않는 선생님의 교수 방법은 수업시간 50분을 짧게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게다가 또, 얼굴도 예뻐요. ^^; 그래서인지 집중도 잘됩니다. ㅋㅋ
꽤 오랫동안 공부해야겠다라는 마음만 먹고 있다가, 꽤 오랜 고민 끝에 시작한 일이라, 긴 호흡을 가지고 공부를 해 나갈 생각입니다. 지난 3개월 동안, 갑자기 귀가 뜨이고, 입이 열리는 천지개벽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고, 이전보다 많이 들리게 되었고, yes와 no 이외에도 몇 마디 더 던질 줄 알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어떻게 공부해야겠다는 계획과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교제에 문법적인 내용이 추가 되어서, 문법과 conversation, 그리고 usual expression이 적절히 혼합되어, 오랜만에 영어공부를 시작해 문법적인 지식을 깡그리 잊어버린 나 같은 사람에게도 문법 지식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암기해야 하는 필수 문장(패턴이 포함된)을 체계적으로 교재에 포함시켜 준다면, 운전 중이나, 혹은 잠깐의 자투리 시간이 생길 때, 그런 문장들을 암기할 수 있을 듯 싶어 유용할 듯합니다. 외국인과 대화하다 보니, 저에게는 문장 암기가 말하기에 있어 가장 효과적이더군요.
그동안 좋은 선생님과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무척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Pearl 선생님도 어서 빨리 이민호 같이 멋진 남자친구가 생기길 바라고, 온톡 역시 큰 발전이 있기를 바라겠습니다.